여하정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천왕성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면 너를 만나러 갈게]를 서평하다


여하정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천왕성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면 너를 만나러 갈게’는 AI 기술의 발달과 예술 창작,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감성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기를 통해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가 사실은 자신의 죽은 딸을 대리하는 어머니였다는 설정은 이 작품이 탐구하는 핵심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은 과연 어디까지 인간적인 것인가? 인공지능을 매개로 한 창작은 진정한 의미에서 창작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소설의 서사 구조는 간단해 보일 수 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단순히 AI 이미지 생성기를 활용하는 디지털 아티스트로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예술적 정체성이 과거의 상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했던 딸 엘리시아를 잃고, 딸의 이름으로 AI를 활용한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점차 그녀의 예술 활동은 단순한 대리 창작을 넘어 딸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나아가 삭제하는 과정으로 발전한다. 특히, ‘빼기 엘리시아’라는 마지막 명령어를 실행하는 장면은 AI가 제공하는 창작의 유연성과 인간 삶의 돌이킬 수 없는 상실 사이의 대비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AI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AI의 도움을 받아 딸이 살아 있다면 그렸을 법한 작품을 창작하지만, 결국 그 모든 과정은 어머니 자신의 이야기로 회귀하게 된다. 이는 AI 시대의 창작 행위가 개인적이면서도 본질적으로 사회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AI는 인간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창조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 딸의 존재를 삭제함으로써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는 장면은, 창작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의 재구성임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또한 인간의 감정과 기술의 관계를 탐색한다. AI는 과거를 재현하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겪는 상실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소설 속 주인공이 딸과 나누었던 “천왕성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는, AI를 통해 다시 시각적으로 구현되지만, 결국 그 기억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과정은 디지털 시대의 인간이 데이터와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공허함을 완전히 채울 수 없음을 암시한다.

여하정 작가는 소설을 통하여 AI 시대의 예술 창작과 인간 정체성의 문제를 감성적이고 철학적으로 탐색하며, AI 기술의 발전이 단순히 창작의 도구적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동시에, 상실과 기억, 그리고 창작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AI가 창조한 세계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이야기’ 그 자체임을 강조한다. © sfpr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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