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환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가인과 아별] ①
김 박사가 세 번째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 양형조사관 창헌은 그날의 신문 기사를 흘긋 보고 넘겼을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과학과 친밀한 부류는 아니었다. 그저 같은 사람이 세 번의 노벨상을 수상하는 일은 세계 최초라는 걸 알고서는 거참 대단한 사람이군, 하는 짧은 감상만 남겼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며 김 박사의 동상이 세워지고, 김 박사의 기업에서 생산한 물건을 쓰며, 김 박사의 이름을 딴 도시가 지방에 만들어지자 창헌은 좋든 싫든 한국인은 김 박사와 무관하게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관련될 줄은 몰랐다. 최초의 안드로이드는 살인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가?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이 사건이 함축하는 의미는 대단히 복잡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둘 다 김 박사의 아들인 것은 둘째치고, 피해자 쪽은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었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못했던, 출생신고까지 마친 인공지능 로봇, 즉 안드로이드였다. 단일 사건이 대한민국을, 전 세계를 뒤흔드는 건 김 박사의 세 번째 노벨상 수상 이후로는 두 번째이다. 어쨌거나 김 박사는 살아서 한 번, 죽어서 한 번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게 되었다. 게다가 그 열기는 이번 사건이 더 크다. 김 박사는 이미 사망하여 허위 출생신고의 죄를 물을 수 없지만, 김 박사의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아들은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법리적 해석들이 엇갈리고 있고, 신문 사설, 시민단체들이나 종교계까지 미쳐 날뛰고 있지만 사건을 처리해야 할 창헌에게는 하나의 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이 사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소재 스토리공모전 수상작품집 2023’에 실린 이진환 작가의 [가인과 아별]을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