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준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잊혀진 아이] ①


해원의 두통이 잦아진 것은 그 여자아이가 꿈에 나오면서부터였다. 아이는 대략 대여섯 살처럼 보였는데 저녁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홀로 놀이터에 남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디지털 펫을 매만지며 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서글퍼 보였다.

이름이 뭐니? 해원은 매번 비슷하게 물었지만 아이는 그저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꿈속에서도 해원은 아이의 얼굴이 왠지 낯익다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아이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희미한 기억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머릿속을 둥둥 떠다닐 뿐 좀처럼 붙잡히지 않았다. 해원이 애써 아이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할 때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그 중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지난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도 두통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해원은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율주행차보다는 도심 항공기를 선호하는 편이었고, 그날도 수직이착륙할 때마다 부풀었다 쪼그라드는 건물들의 모습을 멀티콥터 창밖으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졸다가 정류장을 몇 번 지나친 적이 있어서 잠을 쫓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꿈에서 본 그 아이를 떠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이명이 들릴 정도로 이마 주위가 욱신거렸다. 그럼에도 그 통증의 원인이 콕 집어서 아이 때문이라고,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문제는 항상 있었고 그런 문제들을 떠올리다 보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 섞여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했으므로.

“이번 정거장은 선릉입니다.”

다행히 두통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음이 섞인 안내방송과 함께 멀티콥터는 빌딩 숲 사이로 착륙했다. 해원은 분주한 회사원들 틈에 섞여 기내를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담당 의사와 영상통화를 했다.

“처방해 준 약을 드셨는데도 계속 그렇다는 말씀이죠?”

해원이 그렇다고 하자 화면 속 의사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진료 데이터가 담긴 태블릿을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눌러댔다. 의사는 뭔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 단순히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쯤은 해원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품집 2023’에 실린 최홍준 작가의 [잊혀진 아이]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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