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준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잊혀진 아이]를 서평하다
오동궁 작가의 [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 서문]은 SF의 고전적인 질문, 즉 “의식이 데이터화되었을 때 그것은 여전히 인간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탐구한다. 소설은 혜성 충돌로 인해 멸망을 앞둔 인류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극단적인 방식, 의식을 데이터화하여 인공 행성 ‘판타스틱 리조트’에 업로드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인간이 정신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이 소설의 핵심 주제를 형성하며, 단순한 생존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고민 끝에 마지막 순간에서야 의식을 업로드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철학적 결단에 가까우며, 데카르트적 자아 개념과 데이비드 차머스의 인공지능 철학에서 논의되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 of consciousness)’와도 맞닿아 있다. 만약 나의 기억과 의식을 외부에 완전히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와 분리된 외부 기억과 의식은 여전히 나와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나와 분리된 새로운 존재인가? 오동궁 작가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판타스틱 리조트는 단순한 가상현실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곳도 점차 노후화되고, 시스템이 무너져가면서 결국 또 다른 멸망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인류가 기술적 진보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지만, 그 기술조차 유한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판타스틱 리조트의 설정은 우리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닉 보스트롬의 ‘시뮬레이션 이론’이나 커즈와일의 ‘특이점’ 개념과 연결될 수 있는 구성이다. 우리는 ‘확장된 의식(the extended consciousness)’이 가능한 기술적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가능하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영원할 수 있는가?
결국 소설 끝부분에서 마지막까지 의식이 남아있는 주인공과 세 사람마저 동면에 들어가며, 그들은 신인류 혹은 외계 문명이 자신들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을 남긴다. 마치 고대 문명의 유산처럼 미래의 누군가가 과거의 인류를 복원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서사의 마무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연속성과 전승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기록함으로써 영속할 수 있는가? 혹은 기억되는 존재가 인간의 본질인가?
[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 서문]은 단순한 과학적 상상이 아니라, 의식의 업로드, 기술적 생존, 궁극적인 멸망까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사유의 장으로 초대한다. 그곳에서 오둥궁 작가는 ‘기술적 불멸’이 인간의 불멸과 같은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남긴 의식이나 기억 같은 기록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성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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