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환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가인과 아별] ③
나무 케이스 안에서 나온 것은 타자기였다. 창헌은 만족한 표정으로 타자기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자판 위에 손을 올리는 것은 언제나 일을 시작하기 좋은 습관이었다. 손을 풀고는 차례로 입력했다. 양형보고서. 사건번호 2033고합 1132 살인. 피고인 감가인. 리턴 레버를 누르자 부드럽게 배리지가 맨 왼쪽으로 돌아갔다.
“사이드 채널 공격이 뭔데?”
“키보드 타이핑 소리를 학습해서 입력된 키를 해독하는 기술 말입니다. 그런 구식 타자기 소리를 학습한 데이터는 없을 테지요. 그걸 위해서 가져온 게 아니란 말입니까?”
“나는 원래 타자기를 쓴다. 그리고 둘 다 아니다.”
앞의 말에 놀랄지, 뒤에 말에 반응할지를 고민하던 가인은 우선은 앞의 말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 창문은 음성에 유리창이 미세하게 떨리는 신호를 감지해서 도청하는 걸 막기 위해 불규칙적으로 진동하고 있어요. 스마트 윈도우 기술이지요. 나는 조사관님이 도청이나 해킹을 걱정한다면 그걸 알려주려 했는데…….”
가인이 가리킨 ‘창문’은 통상적인 창문보다는 매우 컸다. 창헌은 처음에 그것이 벽이라고 생각했다. 그쪽 벽면엔 아무런 장식물이나 가구도 배치되어 있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터였다. 그리고 창문이라고 하기에는 건너편이 전혀 비쳐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저택에 들어올 때도 밖에서 내부가 보이진 않았다. 필요할 때만 기능하는, 전통적인 창문의 개념에 도전하는 듯한 창문이었다.
“아무튼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로군. 그리고 겉모습으로 내용물을 판단하면 안 되지.”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소재 스토리공모전 수상작품집 2023에 실린 이진환 작가의 [가인과 아별]을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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