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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규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당신의 얼굴을 5억원에 삽니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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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미안. 차가 너무 막혀.] 알고리즘에 따라 떠오른 추천 영상들의 섬네일을 빠르게 훑던 중이었다. 드론에 관한 영상이 떠서 클릭하려던 찰나, 짧은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마저도 다 읽기 전에 전화가 걸려온다. 한설. 스마트폰 액정에 찍힌 이름을 보니 배시시 웃음이 난다. 최소한 십 분은 더 기다려야겠네, 생각하면서도 오가는 사람들 사이 한설의 얼굴을 찾는다. “문자 읽을 시간도 안 줄 거면 왜 보내는 거야?” “미안하니까 그렇지. 내가 만나자고 해놓고 늦게 생겼으니까.” “아직 여유 있어.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와.” “5분 후에 도착할 것 같아.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들어가 있어.” “거의 다 왔다며. 까짓것 좀 더 기다리지 뭐.” “늦어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천천히 와. 괜히 뛰다가 다치지 말고.” “알았어. 진짜 금방 갈게.” 통화를 마치고 ‘드론 조종자 필기시험 대비! 드론 자격증의 모든 것.’이라는 영상을 재생한다.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영상 재생속도를 1.5배로 높인다. 그때 누군가 잽싸게 팔짱을 껴온다. 화들짝 놀라 팔을 젖히며 팔짱을 빼고 상대를 확인한다. 한설이라는 것을 인식하자 안심했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둔다. 한설은 내 손을 붙잡고 얼음장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이내 주머니에서 핫팩을 꺼내 내게 쥐여준다. “언니, 진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만 안 하면 좋겠는데. 벌써 몇 번짼 줄 알아?” “화난 거 아니지?” 눈치 보는 모습에 괜히 미안해진다. 화난 게 아니라는 의미로 살짝 웃는다.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넌 어떻게 생각할까. 웃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농담을 슬쩍 곁들인다. “화나긴. 생각보다 일찍 와서 놀랐는데.” “아, 진짜.” “장난이야. 얼른 들어가자.”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작품’인 전현규 작가의 [당신의 얼굴을 5억원에 삽니다]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

윤영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칼리지보이 2.0(Beta)]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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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정말 당연한 것처럼 일어나는 장소가 하나 있는데 우리는 그곳을 ‘회사’라고 부른다. 그곳에서는 내가 알던 상식이 뒤바뀌며 없던 병도 생기기 마련이다. 아마 그곳에서 당신은 매일같이 생존 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택한 전략은 표준 정규분포를 따르는 일이었다. 바로, 평균이 되어 눈에 띄지 않게 묻어가는 것 말이다. 1. 김민재 “MZ 세대와의 화합이요?” 나는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날이어서 기분이 들떴다. 알딸딸한 알코올의 취기가 기분 좋게 감돌았다. 묻는 질문에 뭐든 자신 있는 투로 대답할 수 있었다. 여기서 더 요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아양을 떨며 맞장구를 쳐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프로님, 옛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요새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란 거예요. 세대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 왔고, 어느 시대에나 저 같은 존재는 버릇없었다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이 문명의 시작부터 전해 내려온 일을 해결하겠습니까?” 나는 너스레를 떨며 하하하 하고 웃어 보였다. 나의 논리가 꽤나 흡족했고 더 이상의 완벽한 답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의미도 없는 질문을 하는 상대방에게 그런 걸로 고민하지 말라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왜 그랬을까? 그날은 2년 차가 된 신입 사원들에게 단체 연수가 진행된 날이었다. 산골에 처박혀 있는 연수원에서 할 수 있는 건 회사 이야기를 흥미로운 듯 연기하는 것뿐이다. 언택트 시대이니만큼 지금까지 연수는 전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회사에서 호기롭게 준비하였으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강제적 친목의 장이었다. 어색한 안면 근육들을 쓴 탓인지 대면 연수를 고작 하루하는 것인데도 온몸에 좀이 쑤셔 참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기들이 삼삼오오 왁자지껄했지만 딱히 그렇다고 해도 엄청 친한 사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