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칼리지보이 2.0(Beta)] ①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정말 당연한 것처럼 일어나는 장소가 하나 있는데 우리는 그곳을 ‘회사’라고 부른다. 그곳에서는 내가 알던 상식이 뒤바뀌며 없던 병도 생기기 마련이다. 아마 그곳에서 당신은 매일같이 생존 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택한 전략은 표준 정규분포를 따르는 일이었다.

바로, 평균이 되어 눈에 띄지 않게 묻어가는 것 말이다.

1. 김민재

“MZ 세대와의 화합이요?”

나는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날이어서 기분이 들떴다. 알딸딸한 알코올의 취기가 기분 좋게 감돌았다. 묻는 질문에 뭐든 자신 있는 투로 대답할 수 있었다. 여기서 더 요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아양을 떨며 맞장구를 쳐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프로님, 옛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요새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란 거예요. 세대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 왔고, 어느 시대에나 저 같은 존재는 버릇없었다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이 문명의 시작부터 전해 내려온 일을 해결하겠습니까?”

나는 너스레를 떨며 하하하 하고 웃어 보였다. 나의 논리가 꽤나 흡족했고 더 이상의 완벽한 답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의미도 없는 질문을 하는 상대방에게 그런 걸로 고민하지 말라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왜 그랬을까?

그날은 2년 차가 된 신입 사원들에게 단체 연수가 진행된 날이었다. 산골에 처박혀 있는 연수원에서 할 수 있는 건 회사 이야기를 흥미로운 듯 연기하는 것뿐이다.

언택트 시대이니만큼 지금까지 연수는 전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회사에서 호기롭게 준비하였으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강제적 친목의 장이었다. 어색한 안면 근육들을 쓴 탓인지 대면 연수를 고작 하루하는 것인데도 온몸에 좀이 쑤셔 참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기들이 삼삼오오 왁자지껄했지만 딱히 그렇다고 해도 엄청 친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한쪽 모서리에서, 구석이 제자리인 듯 음침하게 살아온 음지의 동기들 몇 명과 조용히 앉아 있었다. 우리는 말이 없었으며 아무것에도 호응하지 않는 것이 일상인 음지의 인간들이었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작품’인 유영 작가의 [칼리지보이 2.0(Beta)]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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