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궁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 서문] ③


나는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삶을 앞두고 두려움과 격정에 휩싸여 있었다. 가장 흥분한 사람은 민규였다. 인공지능 소설이 가을길의 낙엽처럼 발에 차이는 세상이었다. 민규는 취직하기 힘든 것도 억울한데 소설가로서의 지위까지 빼앗겨야겠냐며 과학자들을 욕하던 태도를 버리고 제멋대로 떠들었다.

“진정한 유토피아라고. 일할 필요가 없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가 있다고. 머릿속에 있는 거 다 쓸 거야. 싸구려 알바나 전전하던 삶은 이제 안녕.”

셜록 홈스와 모리어티 교수가 라이엔바흐 폭포에서 떨어진 뒤 살아남은 사람이 셜록 홈스가 아니라 모리어티였다면? 그런 상상으로 소설을 쓰던 녀석. 저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누가 읽을까. 민규는 꿋꿋했다. 자기만 재미있으면 된다나.

혜나와 우진도 불안과 설렘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다 설렘 쪽으로 추가 기우는 모습이었다.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로서 자기들이 만든 게임을 판타스틱 리조트에 마음껏 론칭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은 사실 게임 개발을 그만두려던 참이었다. 그저 그런 게임은 언제나 넘쳤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경제 논리는 막강했다. 플랫폼마다 우후죽순 올라오는 게임은 창작자들에게 고생한 만큼의 수익을 안겨주지 못했다.

“거기서는 돈도 안 되고 시간만 잡아먹는 걸 왜 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민규 말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면 돼.”

우진과 혜나는 똑같이 말했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소재 스토리공모전 수상작품집 2023’에 실린 오둥궁 작가의 「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 서문」을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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