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칼리지보이 2.0(Beta)] ②
그렇게 연수는 회사의 비전, 문화 교육 등으로 이루어졌다. 화두가 된 건 디지털을 활용해 사내 문화를 부흥하겠다는 거였는데, 대충 좋은 단어 두어 개를 어설프게 엮은 기획 같아 중간부터 졸았다. 애초에 디지털이라는 주제를 종이에다 출력해서 하나하나 아날로그로 설명하고 있는 꼴이 웃겼다.
교육이 끝나고 뒤풀이 자유시간을 준다고 했다. 어디선가 누군가 맥주를 공수해 왔다. 팍팍한 산골 속에서 맥주 한 줄기는 얼마나 경이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나는 그저 그런 평균의 주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끔찍했던 연수 탓인지 그날은 술을 통해 종일 느꼈던 답답함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그날 마셨던 술의 양은 평균치를 넘어섰다. 내 정신은 메소포타미아를 떠올릴 만큼 고대 문명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었고 정신은 아득했다. 인사부의 어떤 인간이 나에게 사내의 세대 화합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냐는 질문에 나는 저렇게 답하고 말았던 것이다.
평소에 평균치 이내에서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지양하는 나이다. 지향 아니고 지양. 만약 술이 깬 상태였다면 저렇게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혀 관심이 없어도 진지하게,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쓰읍~ 같은 고민을 입으로 소리도 내주고 어… 하며 생각하는 척을 하고는 가장 무난한 대답, 바로 ‘잘 모르겠네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음주로 인해 평균을 벗어난 나의 행동은 단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 뒤로 질문을 한 인사부 사람에게 ‘짜짠!’을 외쳐대고 음주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사방으로 퍼지는 시끄러운 웃음소리를 내었다. 정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모두가 화목하게 맥주를 가볍게 즐기며 이성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있었다. 모두가 과음한 덕에, 내 행동은 특별하지도 않게 묻혀버렸다. 그러니 오히려 그렇게 정신을 좀 놓고 있는 것이 그날의 평균값이었다. 그래서 그 일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오늘까지도 말이다.
“민재 프로님. 본사에서 연락이 와서 잠깐 지점장실에서 설명을 들어야 할 거 같은데.”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작품’인 유영 작가의 [칼리지 보이 2.0(Beta)]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