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준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잊혀진 아이] ②


“최근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의사는 마침내 해야 할 말을 했다. 해원의 회사는 신규 서비스 발표를 앞두고 있었고 그녀는 해당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안정된 교사 일을 그만두고 지금의 회사로 옮긴 지 벌써 3년이나 된 만큼 이번 발표는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게 뻔했다. 그럼에도 해원은 스마트 시티에서 살아가는 모든 도시인이 그렇듯이 정신건강에 관해서만큼은 사실대로 말하기가 꺼려졌다.

“아뇨. 딱히 그럴 만한 일은 없었어요.”

해원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의사는 애초에 해원의 답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검사받으신 게 1년 6개월 전이네요. 아무래도 이참에 검사를 다시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의사는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검사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검사란 두말할 것도 없이 트라우마 수치 검사였다. 의심에 가득 찬 의사의 표정을 보니 쉽게 빠져나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네, 그렇게 하죠.”

해원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답했다. 의사는 곧바로 돌아오는 수요일을 검사 날짜로 권유했고 그날 딱히 급한 일정이 없는 것을 확인한 해원은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을 했다. 트라우마 수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날 이후로 해원은 좀처럼 불안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해원이 기억하기로 이토록 의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한 것은 2030년이 지나면서였다 물론 여기에는 인공지능의 고도화가 기여한 바가 컸다.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특히 의학 분야에서 그 성과가 두드러졌다. 이전 세대를 괴롭혔던 질병 대부분이 극복되었으며 더 이상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시민들의 건강은 좋아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왕성하게 사회적 교류를 시도했는데 그것이 더욱 서로를 지치게 하고, 아프게 하고, 또 눈물 흘리게 했다. 그런 연유로 날이 갈수록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째서인지 인공지능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인간의 불안과 우울 혹은 분노 같은 것을 인공지능은 예측하지 못했고, 열등감이니 자존감이니 하는 것들 또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원은 믿었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품집 2023’ 실린 최홍준 작가의 [잊혀진 아이]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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