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리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내 서랍 속의 여자] ②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청소를 하다가 때때로 사라졌던 물건을 찾기도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을 발견하기도 한다는데 그런 경우인 모양이지.

“자기야, 거기서 뭐해?”

베란다 밖에서 서성이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영수가 소리 높여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나는 베란다의 유리문 너머로 들리도록 크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낡은 서랍장을 힐끔댔다. 사실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창고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잡동사니에도 불구하고 낡은 서랍장만이 내 시선을 끌고 있었다. 마치 은은한 인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아니, 서랍장 따위가 그런 인력을 가질 리 없으니 이건 다 내 착각임이 틀림없다.

찝찝함을 애써 무시한 채 창고 문을 닫고 몸을 돌리자, 뒤집개를 든 영수가 베란다 문 쪽에 서 있었다.

“갑자기 왜 나와 있어?”

“아니, 창고 정리 좀 할까 했는데 열어 보니까 엄두가 안 나는 거 있지.”

“그래서 다시 봉인한 거야?”

영수가 내 등 뒤를 턱짓하며 물었다.

“맞아. 알면 다치니까 열어볼 생각 마.”

“난 이미 자기의 더러운 생활을 다 알고 있는데?”

“내 말 믿어. 창고 안을 보고 나면 이 여자, 그게 끝이 아니었구나 싶을걸?”

사실 창고가 진짜 내 말만큼 더러웠는지 아닌지는 기억 속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과장하며 영수에게 창고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걸까? 타당한 의심을 곱씹어 볼 시간도 없이 영수가 다시 내 어깨너머를 기웃댔다. 정말로 창고 안이 궁금한 게 아니라 그냥 나를 놀리고 싶은 것뿐이었다. 나는 달랐다. 왠지 영수를 이 창고에서 떼어놓고 싶었다. 처음 창고 문을 열었을 때 서랍에서 느꼈던 기묘한 인력이 마음에 걸렸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품집 2023’에 실린 배우리 작가의 [내 서랍 속의 여자]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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