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규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당신의 얼굴을 5억원에 삽니다] ③
걱정이 무색하게도 한설은 나뿐만 아니라 동호회원들과도 빠르게 친해졌다. 해당 드론에 가장 어울리는 색을 알려면 드론 조종사와도 친해져야 한다는 이유를 덧붙이면서. 나중엔 드론을 좀 배워봐야겠다면서 이것저것 물어오기도 했다. 드론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자, 동호회원들도 한설을 막냇동생처럼 여기며 예뻐했다. 나와도 여섯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났지만 어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잘 웃는 한설에게 전염된 것처럼 조금씩 웃음이 늘어났다. 전염된 웃음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한설은 그렇게 우리에게 녹아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뭐라고 하신 거죠?”
“제 기억을 그 사람에게 공유해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선우는 자신의 앞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은 ‘나나 휴머노이드’를 바라보았다. 저건 본인의 의도일까, 아니면 사(社) 측의 마케팅일까. 매니저 겸 기술자라는 우락부락한 인상의 남자는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더니 자리를 뜬 지 오래다.
“재차 여쭤서 죄송한데요. 이해가 잘 안돼서요. 기억을 공유한다는 게 무슨 의미죠? 기억을 이식한다는 얘기인가요?”
나나 휴머노이드가 이선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선우는 나나 휴머노이드의 동공이 여타 다른 휴머노이드와는 다르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나나 휴머노이드의 동공에는 감정이 실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도 착각일까.
“이식이 아니라 공유입니다.”
“그러니가 그 차이가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이선우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나나 휴머노이드가 말을 이었다.
“누군가 제 기억을 다른 휴머노이드에 이식한다면 저는 필요 없어진다는 얘깁니다. 공유는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뜻이죠. 다시 말해 기억을 공유한다는 건 저와 상대방이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이선우는 나나 휴머노이드의 입술에 미소가 옅게 번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작품’인 전현규 작가의 [당신의 얼굴을 5억원에 삽니다]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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