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칼리지보이 2.0(Beta)] ③


지점장이 나를 불렀다. 그가 나를 찾는 일은 없다. 일개 말단과 왜 독대를 한단 말인가. 젠장, 연수 성적이 과락인가? 퇴근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금요일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나는 빠르게 이 상황을 모면할 궁리만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안 되겠다, 큰일 났군.’ 난 갑자기 몸이 안 좋은 듯 기침을 두어 번 하고 들어갔다. 심각한 표정도 같이 지었다. 걸음걸이도 좀 절뚝거렸다. 제법 눈치가 있는 나의 신체는 딱 알맞게 식은땀을 흘려주기 시작했다. 역시 위기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려고 하는 척추 반사적 꾀병이란.

똑똑.

“민재야, 너 본사 TF팀으로 차출되었다. 본사 들러서 오리엔테이션 듣고, 지점 일하고 병행 가능하고 하니까 그렇게 해. 오전 일 마무리해놓고 갔다 와라.”

이게 무슨 소리지.

“네, 혹시 다른 김민재와 착각하신 게 아닐까요?”

“너 맞던데, 김민재. 가서 듣고 와.”

분명 예고도 없이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것이 지독한 이 회사에서 밥 먹듯이 일어나는 일은 맞았다. 그러나 그런 일들과 전혀 연관이 없어 온 나였다. 나를 불러서 좋은 이야기를 할 가능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혹시 돈을 두 배로 줄까? 아니, 그럴 리 없었다.

그러니 이게 무슨 일이람. 수상하기 그지없는 명령에 나는 저항할 수 없는 입장이었으나, 왜?

나는 사내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조용히. 존재감 없이. 그게 내 좌우명이다. ‘어? 김민재? 그런 애가 있었던가?’ 하는 느낌으로. 그게 내 목표다. 김민재, 96년생 남자. 흔한 이름 순위 3위 안에 늘 들며, 어딜 가도 김민재란 이름은 너무나 많다. 민재민재 김민재. 정말 어디서 흔히 많이 들어본 이름 아닌가? 게다가 가장 흔한 성씨, 김씨다. 본관조차 너무 흔한 김씨 중 하나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작품’인 유영 작가의 [칼리지보이 2.0(Beta)]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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