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정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천왕성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면 너를 만나러 갈게] ③
손톱 모양의 달무리를 손톱만 한 비행기가 헤쳐 지나간다. 저 안에 사람들이 있다. 자연의 중력에 당돌하게 저항하는 저 기체가 자신들을 국경 너머로 안전하게 실어나르리라는 맹목의 믿음을 가지고 잠들거나 먹거나 뭔가를 읽고 있겠지.
여전히 비행기를 보면 엘리시아를 가진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그 안의 인간이 될 것인가. 그것을 조종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나는 언제나 흔들린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끈질겼다. 오히려 모니터 속 세상이 더 안전하고 가까운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속에 발을 담그고 내 몸을 통째로 넣고 싶다.
귀청을 두드리던 매미 합창이 잦아든 틈으로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끼어든다. 유난히 크게 들리던 그 울음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를 귀뚜라미가 거실 통창 한가운데에 딱 붙어 있다. 바깥에서 들려올 때는 가을밤 낭만의 정서로 느껴지던 귀뚜라미 소리가 막상 징그러운 더듬이를 흔들고 날개를 비비는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자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엘리시아! 이리 와 봐. 귀뚜라미가 들어왔어! 빨리 나와 봐. 너도 알지? 엄마가 얼마나 벌레를 싫어하는지…”
엘리시아 방 쪽으로 목을 빼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나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숫제 악을 쓴다. 엄마로서의 위신이 떨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번거롭고 두려운 모든 일은 내가 한다. 하지만 이 귀뚜라미만큼은 엘리시아가 필요하다. 누구나 적어도 하나쯤 그러한 것을 갖고 있다. 소름 끼치게 두려워하고 혐오감을 드러내는 대상이. 나에게 그건 벌레다. 그 단어 하나만으로 내 온몸은 경직되고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나를 흔든다. 무너뜨린다.
“엘리시아!”
꿈쩍도 안 하는 엘리시아를 포기한 채, 벽장 구석에서 찾아낸 살충제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벽에 붙은 귀뚜라미를 향해 분사한다. 정작 귀뚜리미보다 벽과 바닥에 더 많이 뿌린 것 같다. 코를 찡하게 하는 짙은 살충제 냄새로 사방이 채워진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작품’인 여하정 작가의 [천왕성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면 너를 만나러 갈게]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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