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준 작가의 과학 단편소설 [잊혀진 아이] ③
그 결과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크고 작은 범죄나 사건·사고가 급증했고 이는 스마트 시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가 시스템에 큰 위협이 되었다. 결국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트라우마 수치 검사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자 핵심이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혹은 정서적인 문제들. 그러니까 그 다양하고도 복잡한 문제들을 트라우마라는 하나의 상징적인 단어로 뭉뚱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치로 그 강도를 줄 세워 감시하기로 한 것이다. 해원은 수치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사실에 종종 위화감을 느끼곤 했지만 어쨌거나 그것은 편리한 수단임에는 분명했다.
몇몇 고위 관료들과 이름난 의사들이 한날한시 고층 건물 꼭대기에서 만나 허용된 기준치라는 것을 정한 것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그들은 그것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안전한 사람들과 위험한 사람들, 즉 건강한 멘탈을 가진 사회인 부류와 바이러스처럼 무기력을 퍼뜨리는 우울증 환자, 암묵적인 사회 부적응자 그리고 잠정적인 범죄자가 포함된 반사회인 부류로 사람들을 구분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정부는 트라우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람들을 도시 밖으로 추방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몇 번의 의미 없는 시위와 청원들이 지루하게 오고 간 뒤에 사람들은 새로운 제도에 놀랄 만큼 빠르게 적응해 갔다.
언젠가 해원은 도시 밖으로 추방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정부 친화적 프로파간다가 노골적으로 반영된 다큐멘터리 안에서였다. 애써 담담한 듯 수송용 트램 안으로 올라타는 그들의 표정에는 자신들을 버리기로 한 정부에 대한 분노라든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 같은 게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자기 내면의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고 그들의 눈동자는 녹이 슬어 탄력을 잃은 용수철처럼 자신의 감정에 아주 느리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글은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한민국 과학 소재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품집 2023’ 실린 최홍준 작가의 [잊혀진 아이]를 참고하였습니다. 복제와 무단 전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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